엘리베이터 점검, 매달 하는데도 왜 불안할까요? 점검의 진실과 유지보수 계약의 구조를 낱낱이 파헤쳐드립니다.
1. 매달 점검한다는데, 왜 입주민은 불안한가요?
입주민 여러분은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서 매달 ‘승강기 유지보수비’라는 항목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매월 정기점검을 포함해 고장 수리, 부품 교체, 긴급 출동 서비스 등에 사용되는 비용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점검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계약 내용은 어떤지 알고 계신 분은 드뭅니다.
승강기 점검은 「승강기 안전관리법」에 따라 매월 1회 이상 실시해야 하며, 관리사무소는 점검 업체와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의무적으로 수행합니다.
문제는 이 점검이 **입주민 입장에서는 사실상 '보이지 않는 점검'**이라는 점입니다.
점검일에 승강기 문이 몇 분간 멈춰 있고, 이후 '점검 완료' 스티커가 붙는 것이 전부일 때, 과연 실제로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점검자가 엘리베이터 외부만 살피고 떠났다는 사례, 점검일에도 아무런 작업 없이 ‘점검 완료’ 표시만 붙였다는 민원도 자주 접수됩니다. 이런 상황은 입주민에게 “정말 점검한 게 맞나?”라는 의문을 반복해서 품게 만듭니다.
2. 승강기 유지보수 계약,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나요?
엘리베이터 유지보수 계약은 대부분 전문 승강기 업체와의 연간 또는 2년 단위 계약을 통해 체결됩니다.
해당 계약에는 점검 주기, 정기점검 항목, 긴급 출동 시 대응 시간, 부품 교체 기준 등이 명시되어야 하며, 공사 또는 수리 발생 시 별도 추가 비용 여부도 계약서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표준계약서 없이 업체가 제시한 일방적 계약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일부 단지에서는 계약 갱신 시 경쟁 입찰 없이 특정 업체와 반복 계약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그 결과, 점검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면서도 비용은 매월 정기적으로 지출되는 구조가 고착화됩니다.
또한, 계약서에 명시된 ‘정기점검 항목’은 종종 기계실 외부 육안 확인이나 단순 기능 점검에 그치는 수준이며, 정작 승강기의 핵심 부품인 제어반, 브레이크, 로프 마모도 등은 고장이 나기 전까지 방치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방식은 ‘점검 중 사고 발생 시 책임은 면피되지만, 실질적인 고장은 못 막는다’는 형식적 관리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실제 문제 사례와 고장 사고의 전조
서울 노원의 한 아파트에서는 정기점검 직후 승강기 고장이 발생해 한 입주민이 내부에 40분 이상 갇힌 사례가 있었습니다.
점검표에는 ‘이상 없음’으로 기재되어 있었지만, 이후 조사 결과 제동장치의 윤활 부족이 원인이었습니다.
이는 점검자가 실제 기계 내부까지 살펴보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또한 부산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는 정기점검을 수년간 동일 업체와 체결했지만,
계약서에 ‘부품 교체는 별도 유상’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실제로는 고장 발생 후에야 수리 비용이 추가로 청구되는 구조였고,
이는 입주민의 부담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사례는 점검의 ‘형식화’와 계약의 ‘불균형 구조’가 결합될 경우 입주민의 안전은 위협받고, 관리비는 이중으로 지출되는 이중 손해 구조가 발생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가 계약서를 제대로 검토하고, 실제 점검 내용이 이행되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눈앞에서 매달 이뤄지는 점검이 ‘가짜 점검’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4. 입주민과 대표회의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체크포인트
입주민 여러분은 승강기 점검이 단순히 ‘한 달에 한 번 전원 끄고 켜는 수준’으로 진행되는 게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계약·점검 체크포인트를 입주자대표회의에 요구하거나,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실 수 있습니다.
- ✅ 유지보수 계약서에 표준계약서가 사용되었는가?
- ✅ 점검 항목이 실제 정비 대상 기계 부품까지 포함되어 있는가?
- ✅ 부품 교체 비용은 포함인지, 별도 유상인지 구분되어 있는가?
- ✅ 점검 일지는 관리사무소에 보관되어 있으며, 입주민 열람이 가능한가?
- ✅ 점검 후 승강기 내부나 기계실에 실제 작업 흔적이 있는가?
- ✅ 업체 변경 시 경쟁 입찰이 투명하게 이루어지는가?
이러한 항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입주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때 엘리베이터 점검은 ‘보이는 안전’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당연히 잘하고 있겠지’라고 믿었던 부분도, 계약 구조와 점검 내용이 어떤지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허술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입주민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질문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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